일기는 일기장에

이런저런 생각

butnottome 2013. 9. 22. 01:35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남들이 들으면 청승+꼴값이라고 하겠지만 요 며칠처럼 이 노래가사가 구체적으로 와닿은 건 처음이다. 이십대에서 곧 삼십대가 된다고 해서 특별히 싫거나 한 건 아니고. 그동안은 아름다운 가사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나이를 한살두살 먹어간다는 건 과거의 것들과 조금씩 헤어지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어제 문득 들었다. 이 말 어디서 읽은 적이 있었나? 암튼 어제 머리에 딱 떠올랐음. 며칠 전... 이제는 애엄마가 되어버린 사촌언니들을 십여년만에 만났을때, 또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울렁거리는 기분이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적령기의 초조함보다도... 사람은 학교, 직장, 결혼 등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같은 느낌. 얼마 전 본 정이현 책의 문구가 마음에 훅 하고 와닿았다. 그런 불안함과 두려움, 허무함.. 뭐래 ㅠㅠ 말로 표현이 안된다.

오늘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오후에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데 친구가 갑자기 우리가 나온 중학교를 가보자고 했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둘이 수다 떨으며 한시간을 걸어걸어 힘들게 도착하고보니 기분이 정말 묘했다. 공간은 거기 그대로 멈춰있는데 시간은 흐르고 그 곳에서 떠들썩하게 웃고 놀던 우리는 다 사라지고 없네. 14년이 지나 우리가 거기에 다시 갔지만 우리는 그때의 우리가 아니고... 머리속이 뒤죽박죽. 이전의 아련하고 그리운 기분이랑은 또 달랐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고등학교도 가보고 우리집 바로 근처의 우리 초등학교에도 가보는 걸로 투어 종료ㅎㅎ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중학교 시절의 기억은 너무 흐릿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이유를 알았다. 다른 때의 기억이 또렷한건, 그 후로도 종종 그때의 기록이나 물건을 꺼내어 추억을 더듬어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잊을뻔했던 기억을 다시 살리기 때문인 것 같다. 중학교 시절은 그다지 좋게 기억하질 않아서인지 그러질 않았고 그때의 친구들도 그리워하진 않는다. 그러고보면 추억은 계속해서 다시 만들어내는건가보다.

암튼... 집에 와서 괜히 어린 시절 받은 편지, 교환일기, 사진들을 꺼내어 보며 아련하고 낯뜨겁고 미안한 기억들을 잔뜩 발견했다. 이제 다시 서울로 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현재에 충실해서 재미나게 살겠지만. 이렇게 가끔(요즘엔 거의 매년 한번;;) 과거를 곱씹어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대부분 추억속에만 있는 친구들이지만 오늘 만난 친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 느낌이 특별했고. 이렇게 생각에 빠지게 될 계기를 만들어줘서 참 고맙다.

오늘의 교훈은... 남에게 상처를 주고는 철없다는 핑계로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가 더이상은 아니란거ㅋ 그땐 나름 진지했을 친구들의 편지를 보니 괜히 미안한 맘이 든다. 착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