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nottome 2014. 12. 18. 00:17
폰으로 포스팅을 하다 말고 잠이 들었나보다. 자다깨니 새벽 다섯시반쯤이었고 폰을 보니 티스토리 어플이 그대로. 알람도 안 맞추고 잠들었는데 중간에 깨서 천만다행이었다.

잠들기전까지, 돌아가신 과장님 빈소에 갔던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본인 몸도 안 돌 보고 자기 할 몫을 못해서 회사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시피 한 분이라도, 딸에게는 그래도 소중한 아버지였겠지? 내 또래인듯한 외동딸이 상복을 입고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왈칵 날뻔 했는데 힘들게 참았다. 그 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거기서 울면 어쩐지 위선이고 오지랖인 것 같아서. 암튼 그랬다.

월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현실감각이 없고 멍하더니 어제부턴 또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여행 갔던 게 꼭 없던 일처럼. 적응력이라는 게 참 신기하네. 오랜만에 영주에 가면 꼭 어제까지도 영주에 살았던 것처럼 눈에 익고 편안하다. 며칠 뒤 다시 서울에 오면 외롭고 낯설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여기가 정말 내 집 같이 편해지니 신기하지. 덕분에 그럭저럭 잘 지내며 살 수 있으니 다행이다.

스물아홉과 서른이라는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경계일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회에서 흔히 '이십대'와 '삼십대'를 다르게 이야기한다는 걸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른이 된다는 게 슬프거나 싫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로는 인생의 한 분기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른이 됐을 때를 상상하며 스물네살때 블로그에 쓴 글이 있었다. 그땐 서른이 가깝고도 먼 미래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와 보니 6년은 정말 짧은 시간이구나. (근데 그 글 쓸 때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한데 벌써 6년전의 일이라니 어리둥절하다.) 그 때 제일 바랐던 게,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이 6년 후에도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지만 결국에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는 깨달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