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두기/시

8월 16일 - 황지우

butnottome 2012. 8. 16. 10:34

8월 16일 
- 황지우


나의 공중 정원 베란다에 
어디서 올라왔는지 나팔꽃이라니! 
어느 善한 이웃이 도르래 밧줄에 달아 
별들을 올려보냈나? 
아파트 단지에 안 어울리게 우는 매미 소리 하며 
한여름 한가운데 아침에 문득, 한기 느낄 때 
오싹허니 
살갗이 아프다. 
페루의 여름이 페루로 가고 있는 거다. 
몸에서 시간이 마악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때 
옻오른 것처럼 
오돌토돌한 피부: 
나는 ,이부자리에 떨어져 있는 
恥毛한 가닥, 오래 내려다보고 있다가 
손가락 끝에 침 발라 들어낸다. 
언제 이번 생을 나는 인정할 수 있을까. 
'천지간의 끈'에 매달아 
누구에겐가 별들을 선물할 수 있는 
저 선한 이웃처럼 말이지.

 

-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