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제목을 붙이기로 했다.
- 어쩌다 예전에 쓰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뒤적여봤는데, 포스트 제목이 전부 날짜라서 도무지 구분이 안 갔다. 지금부터라도 숫자 말고 아무 제목이라도 붙여야지.
- 얼마전엔 고등학교 때 쓰던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보다가 손발이 소멸할 뻔 했다. 지금은 다 비공개로 돌려놨기에 망정이지 이걸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아주 미치겠더라ㅎㅎ 중2병이 고3 되도록 이어지고 있었음... 04년 후반부터 08년쯤까지 싸이월드에 열심히 쓰던 일기들도 장난 아니고. 그 후엔 티스토리로 옮겨왔는데 이때부터는 다수가 보는 곳이 아니라서 허세가 줄어서 그런지 그나마 덜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허구헌날 외롭고 우울하고 살기 싫고 모든 게 허무하고 뭐 이런 소리 밖에 없어서 놀람... 나 왜 이랬지...... 왜긴 왜야 힘들어서 그랬지ㅠㅠ 지금 와서 생각하니 좀 엄살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글만 보면 어떻게 이러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점점 더 우울의 늪에 날 몰아넣은 면도 있고. 고딩 때 지적허영심->대딩 때 감수성 허영심->백수 되면서 조울증... 이런 식으로 변해간 듯;;; 취업한뒤로는 그냥 무념무상이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온라인상에 쓸데없이 많이 끄적이나, 싶기도 한데 약 10년간 기록된 것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내가 놓여진 상황도 많이 달라졌고 내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대처하는 방식도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미완성인채로 남아있을테지만, 지난 내 발자국을 보며 걸음을 고쳐갈 수 있다는 점에서 뭔가를 기록한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보고 정말 뜨끔했던 2009년 9월 30일의 일기중에.
그래 난 정말... 취직하고 싶다. 돈을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오덕후 기질을 갖고 있음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나 자신을 위해서. 아르바이트 출퇴근을 하면서 직장인들을 정말 많이 본다. 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회사와 직종이 있다는 걸 하루하루 배워가고 있다. 돈을 많이 벌진 못해도, 가끔 때려치고 싶을만큼 힘이 들어도, 그래도 역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매일 든다. 3개월의 기한이 있어서, 또 내가 취업준비생의 입장이어서 그랬겠지만 역시 인턴십 할 때 그렇게 즐거웠던 건 내가 의욕에 차서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 잠을 많이 못 자고, 지옥철에 시달리긴 했지만 하루하루 우리 팀이 만들어 가는 성과에 너무 즐거웠다. 한동안 너무나 움츠려있었던 내가 남들 앞에 나서서 공식적인 발표도 하고,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고마운 기회였다. 그 때의 마음을 잊지 말고... 그 때의 의욕을 반만이라도 간직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래그랭. 오늘은 오늘까지. 내일은 다시 시작되니깐여! 힘내자. 힘내잣!!!
사실 요즘은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 뜨는 순간부터 괴로운데.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역이다. 얼른 퇴근해서 집에 와서 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근데 새삼 참. 배부른 투정인거지... 예전의 일기들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요즘엔 '살기싫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안 든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할만큼 나름 평탄하게 잘 지내고 있네. 전에 어디서 봤더라.. 행복은 '아 행복하다' 느끼는 게 아니라 불행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 내 한 사람 몫 해가면서 내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고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도 발견하고. 그렇게 해서 내가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구나, 가끔 느끼는 걸 보면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의 기록들도 몇 년 후에 돌아보면 치기어리고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치는 순간에 돌아보면 조금은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ㅎㅎ
- 본인이 바쁠 때 말 걸면 오만 짜증을 내는 '모'님한테 그 짜증이 옮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웬만하면 말을 안 붙이려고 하는데, 일 때문에 자기가 먼저 나한테 말 걸때도 그런 식이니 아우.... 혼자서 막 서랍 쾅쾅 여닫고 종이 막 팍팍팍팍 넘기고. 신경끄기가 참 힘들다. 내가 그런 사람 때문에 안 좋은 영향 받는 게 싫어서 다시 인상을 펴보려고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머리론 가능할 것도 같은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암튼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 원래 이번 연휴엔 봉하마을에 들렀다가 부산에 가보려고 했는데 여름휴가계획 때문에 지출이 많아져서 취소. 아쉽다. 곧 4주기라니 시간이 참 정신없이 흘러간다. 가봤자 맘만 아프겠지만 그래도 올해든 내년이든 조만간 한번은 가보고 싶다. 순천만도.. 제주도도.. 통영도. 가보고 싶은 곳 투성이다. 늘 맘만 앞서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세상에 많다는 건 나름 행복한 일인 것 같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