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상영중&개봉예정 영화 목록을 보니 보고 싶은 영화가 여덟편이나 되더라. 그래서 오늘부터 차근히 보며 알찬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본 '어바웃 타임'은 원래는 염두에 안 두고 있었는데.. (식상한 제목에 식상한 배우, 안 봐도 뻔히 내용 알 것 같은 느낌) 의외로 주변 평이 괜찮고 흥행도 잘 되고 이동진마저 추천을 하길래 보기로 했다. 사실 이런 류의 로맨틱코미디가 막상 보면 꿀잼이긴 하니까. 레이첼 맥아담스 나오는 것 밖에 모르고 봤는데, 보다보니 딱 내가 맘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소재였다. 시간여행+가족이야기ㅋ 사실 러브스토리 비중이 크긴 하지만 내 마음의 초점(?)은 가족이야기에 맞춰짐ㅋ 이런 내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나는 무장해제.. 이성마비....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그렇고 예전에 학교에서 본 연극 '우리 동네'도 그렇고. 남들은 그럭저럭 훌쩍거리며 보는데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혼자 흐느꼈다ㅠㅠ 그냥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뭘까 가만 생각해봤는데, 준비없이 떠나보낸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이별이든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겠냐만은,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진 않았을 것 같다. 잠깐이라도 다시 만나 작별의 인사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자주하고 몇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꿈까지 꾸는데... 그 일이 영화 속에서 이루어지니 아름답고 짠하지만 결국엔 영화일뿐이란거.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단 사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느낌들을 내가 아무리 말로 설명해봐야 나 혼자만의 느낌일뿐이라는 당연한 사실도 왠지 허전하고. 암튼! 남들보단 무지 슬프게 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기대했던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괜찮은 영화였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이름 어려운 남자 주연배우는 처음에는 찐따美가 너무 강해서 별로였는데 갈수록 눈빛에 진실함이 나타나서 매력있었다. 무엇보다 팀의 아빠... (배우 이름은 빌 나이ㅋ 이번에 알았음) 뭔가 성격이나 대사, 말하는 태?같은게 참 멋졌는데. 여러모로 나에겐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아빠뿐 아니라 가족, 해리, 조안나 등등 주변 인물들에게도 다 정이 갔고. 가족들끼리 소박하고 단란하게 지내는 씬들이 참 좋았다. 팀과 메리의 평범한 일상도. 영화 곳곳에 깔린 지난 히트송들도 좋았고 (추억의 타투나 크렉 데이빗 등등ㅋㅋ).... 전반적으로 식상한 점을 꼽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결국에 만듦새는 매끈하고 흐뭇한 영화라, 연말이 되면 종종 꺼내어 보고 싶을 것 같다.
+ 인생은 게임처럼 잘 풀리던 곳까지 세이브해두고 잘 안 풀리면 바로 되돌려서 다시 살 수 없으니 순간순간에 충실하자... 라는 일차적인 감상과 더불어, 주인공 팀의 인생을 쭉 훑으면서 문득, 무슨 일이든 거시적으로 보면 심각할 일이 없단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짜증나고 골치아픈 일도 바꿔 생각하면서 마인드컨트롤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 그리고.. 후회를 아예 안 하고 살순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주변 사람들과 진심으로 정을 주고 받으면서 지낸다면.. 혹시라도 예고없이 이별이 오더라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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