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정이현 <사랑의 기초>
정이현빠니까. 그냥 별 생각없이 샀음. '냉정과 열정사이'나 '사랑후에 오는 것들'처럼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고 각각의 이야기다. 정이현 책은 산 날 저녁 바로 읽었는데 알랭드보통꺼는 그 담날 출근길에 몇 장 읽다가 접음ㅠ 진짜 내 스타일 아닌 것 같다. 담백한듯 담백하지 않아...... 그래도 샀으니 읽긴 해야할텐데. 암튼 정이현꺼는 특출나진 않지만 구리지도 않았음. 평범하게 시작해서 평범하게 끝나는 연애를 나름 몰입되게 잘 쓴 것 같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이현 짱.
김태용 <만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서, 늦게 본 걸 후회했음. 그래도 혼자 몰입해서 볼 수 있어서 좋긴 했다. 걱정했던 현빈은 평타 정도는 했고 김태용 갱장 탕웨이 더 갱장..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빈이 연기한 '훈'에 마음이 자꾸 쓰인다. "누님, 뭐라고 했어요?" 이 장면 왠지 쓸쓸했어 ㅡ.,ㅡ 조용하지만 잔잔하게 울림을 준 영화. 언젠가 김태용,민규동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용기가 불현듯 솟아났으면 좋겠다.
홍상수 <다른나라에서>
헤아려보니 홍상수 장편영화 13편 중에 이번이 딱 여섯편째 보는 거네. 내 맘 속 순위를 매기자면 1. 하하하 2. 옥희의 영화 3. 극장전 4. 다른 나라에서 5. 북촌방향 6. 생활의 발견... 사실 생활의 발견은 스무살 땐가 보고 충격+약간의 혐오감에 기억이 좋지 않게 남았는데 지금 보면 좀 다를 것도 같다. 나머지 영화들은 다 최근 몇 년동안 본 것들이니까... 암튼 홍상수 영화를 보고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정말 어렵고 '느낌'을 쫓아가는 게 편한 것 같다. 이 장면은 왜 이렇게 찍었을까, 그 인물은 왜 그랬을까 고민해보는 것보다는 그냥 어떤어떤 공통점, 차이점, 곳곳의 장난스러운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음. 같은 듯 다른 인물이 비슷하면서 살짝 바뀐 말과 행동을 할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 뭐래 ㅋㅋㅋ 암튼 내 짧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ㅠ '옥희의 영화'에서도 그렇고 나는 문성근 이런 역할 할 때 왠지 좋더라, 딱 어울려. 이자벨 위페르의 귀여운 메헤헤헤헤헤와 유준상의 건강미+백치미가 제일 기억에 남음.
MBC <스탠바이>
이것과 관련해서 주변에서 나랑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내 동생 -_ㅠ 맨날 티격태격해도 자매는 자맨가 보다 이런 취향도 통하고. 이사짐 싸고 풀면서 1회부터 한 20회까지 리플레이 세 번은 한 것 같음. 징글징글하게 대사 다 외울 지경 ㅋㅋㅋ 미친듯이 재밌어서 계속 봤다기보다, 그냥 지루하고 귀찮은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기 위해서 뭔가 가볍게 볼 만한 걸 틀어봤던건데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음. 쪼끔 일찍 퇴근해서 저녁 먹으면서 이거 본방 볼 때 마음 속에 진정한 행복이 피어난다ㅋㅋ 며칠동안 못 봤을 때 다운 받아서 한꺼번에 보는 것도 좋고. 얄밉고 못된듯한 인물에서 '그래도 착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왠지 재밌음. 사실 주변 사람들 보통 그렇잖아, 짜증나고 미운 사람 같다가도 사실 생각해보면 이러저러한 면은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인 거. 암튼 가학적인 개그가 넘치는 ㅎㅇㅋ에 비해 참 착하고 어리숙한 시트콤이라 좋다.
박정현 <도착>
솔직히 박정현 보컬 좋아하지 않아서 월간 윤종신 5월호 뜬 거 보고는 안 들었다가 티비에서 스치듯 듣고는 바로 찾아봤는데. 와 정말 좋다. 작년 김그림 '니 생각' 정말 좋아했는데 이것도 그에 못지 않게 좋음. 처량함을 아는 윤종신... 멜로디도 잘 쓰고 가사까지 잘 쓰는 가수가 흔하진 않은 것 같은데. 다 갖춘 남자네...
김연우 <눈물나는 날엔>
이건 '스탠바이' 노래방씬에서 김연우가 불러서 알게 된 건데, 원곡은 푸른하늘꺼. 이거 틀어놨더니 첨 듣는 동생이 90년대 느낌 난다고 해서 쫌 놀랐음ㅋ 암튼 동생 말대로 90년대스럽게 살짝 밝은듯 애절해서 자주 듣는데 좋드앙.
한동준 <사랑의 서약>
이 노래 내 결혼식 때 누가 꼭 축가로 불러주면 좋겠어...
그 외 생각들....
회사 다니는 거 무진장 귀찮고 답답하지만 일단 내 생계수단 및 덕후놀이의 밑바탕이 되어준다는 데 첫번째 의의. 그리고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나이, 출신, 가치관 등등이 말도 안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복작복작 일도 하고 밥도 먹고 하다보니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람이 정말 많단 거. 물론 닮고 싶은 훌륭한 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는 게 사회생활의 차암 좋은 점인 것 같다. 비록 만성스트레스와 (종종) 멘붕에 시달리기도 하지만...